때마다 등장하는 레트로, 왜 반복되는가?

'글로벌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의 한 장면(Netflix Korea제공)

복고풍에서 레트로로!

언제부턴가, 레트로가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어떤 레트로의 이슈가 지면 어느샌가 또다른 레트로가 등장한다. 수십년 전의 가수나 은막의 스타의 복귀나 부음이 크고 작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짧고 굵은 레트로문화를 형성한다. 그것이 잦아들려하면 또 어떤 음악예능방송에서 소환된 과거의 한 가수의 인생스토리가 세대를 관통하는 레트로 대중을 형성하기도 한다.

레트로라는 용어 등장 전에 ‘복고풍’이 있었다.  하지만 복고풍이 지향하는 과거의 시점은 적어도 반세기 이전의 시기였으리라. 이른바 풍이 그려내는 외양도 의복, 장신구 등 우리가 몽에 걸치는 의복이나 악세서리류가 주류였다.  4차산업 혁명과 뉴미디어 혁명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오늘날의 복고풍은 어떤 것들일까?

복고풍을 확정짓는 세대에게 물어봐야 한다.  복고적 추억과 향수를 가진 세대는 인구학적으로 볼 때 중위연령층에서 초기노년층이다 .이들이 사회에서 가장 많은 인구이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의 중위연령의 복고풍은 1990년대의 X세대의 패션이다. 60대 초반의 베이비부머들이 소환해내는 복고풍은 1960~70년대의 나팔바지와 미니스커트다.

각각의 복고풍이 그려내는 외양은 시대의 빠른 변화, 급격한 문화적 상징성을 폭발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복고풍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복고가 당시의 현재에서 발휘한 강력한 각인 효과가 전제되어야만 했다.

1960년대 미국의 폰티악 자동차 광고
1960년대 미국의 폰티악 자동차 광고

 

레트로의 시작점은 미국이었던가?

한국의 상황에서 복고풍 음식, 복고풍 가전, 복고풍 예술, 복고풍 책 같은 복고의 대상물들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지 않았다.  근대의 유럽, 서구세계에서는 복고는 적어도 100년 이라는 한 세기를 관통한 예술과 건축, 복식의 사조였다면 현대의 복고풍은 시대의 주류들이 추억하여 재소환하는 오늘날의 복원물이다.

복고풍이라는 용어가 레트로라는 신조어에게 개념의 자리를 내주기까지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미국,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그야말로 최고의 자본주의적 성장을 이룩했다. 인류를 달나라에 보내고 제트기로 전세계를 누비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는 초고층 빌딩과 헐리웃으로 붐비고, 전세계의 금융까지 뒤흔들며 20세기의 신문화를 주도한 미국, 이 나라의 주류세대들이 이른바 레트로로 소환한 복고의 풍(레트로)는 서부개척시대였다.

급격한 도시화, 산업발달의 흐름에서 저항한 미국의 베이비부머 청년들은 미국 최초의 레트로 문화부흥의 주역이었다. 이들이 추억하고 회자하며 공유한 레트로의 문화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초월주의(Transcendentalism)가 자극한 북미의 자연성,  서부개척시대의 프론티어 정신이었다. 이들이 입었던 옷, 장신구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삶을 영웅으로 미화한 영화와 드라마까지도 큰 유행을 낳았다.

 

응답하라1988 출연진의 모습(CJ Creative Journal 제공)
응답하라1988 출연진의 모습(CJ Creative Journal 제공)

레트로, 오늘의 시대를 위로하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미국의 그것을 따랐기에 복고풍도 최초의 복식중심의 복고풍에서 이제는 전반적인 문화현상을 말하는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것이 바로 레트로 문화다. 한국의 레트로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의 논쟁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필자는 2000년 이후로 보는 편이 가장 적절하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과거의 사진과 영상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과거를 추억하고 향수하는 동창회, 모임들이 시작되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의 흐름에서 반문화, 반산업의 인식이 생겼다. 현재는 빠르고 좋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있고, 고독과 소외를 유발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오늘의 나에게 위로과 격려가 된다고 생각했다. 레트로는 그렇게 현재의 수많은 나에게 힘을 주었고 세대의 간극을 메우며 또다른 시대의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혹자는 레트로는 인간의 정신병리학적 해리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또다른 이들은 레트로가 시대의 인간들이 시기적으로 선택하는 집단적 해리현상이라고 말한다. 70대 이상의 노년들이 신성일과 엄앵란 같은 당대의 스타들을 추억하고 이들을 레트로 콘텐츠로 향유하고 공유하는 행동은 나이듦에 대한 저항이며, 사회 속에서 여전히 지속가능한 젊음의 주류로 남고싶은 인류생태학적 욕구의 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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